트럼프 "멕시코, 국경문제 안도우면 슬픈일"…나프타 폐기 압박
송고시간 | 2018/04/02 15:38
불법이민-나프타 연계 '협박성 발언'에 "더 이상 다카 협상 없다" 선언도
"해피 부활절" 축하한 지 한 시간 뒤 맹공격…여야 정치권 모두 비판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강건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멕시코 국경장벽'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을 연계하고 나섰다.
멕시코가 마약과 불법 이민자들의 미국 유입을 막지 않으면 나프타를 폐기할 수 있다고 협박하면서 국내 정치권을 향해서는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 프로그램인 '다카'(DACA) 문제를 더는 협상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멕시코는 사람들이 남쪽 국경을 넘어 멕시코로 흘러들어오고, 그다음에 미국으로 흘러들어오는 걸 멈추게 하는 데 있어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하는 게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우리의 바보 같은 이민법을 비웃고 있다"며 "대규모의 마약과 사람들 유입을 멈춰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나는 그들의 캐시카우(수익창출원)인 나프타를 끝낼 것이다. 장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렇게 대규모로 흘러들어온 사람들은 다카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8일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관세 폭탄 조치를 단행하면서 멕시코에 대해서는 나프타 재협상과 연계해 일단 면제 처분을 내린 바 있다.
그는 또 "국경순찰 대원들이 국경에서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다. '잡았다가 놔주기(Catch & Release) 법'과 같이 터무니없는 민주당의 법 때문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점점 위험해지고 있다. 공화당은 더욱 강경한 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핵 옵션'(상원 의결정족수를 현행 60석에서 단순 과반인 51석 이상으로 낮추는 것)으로 가야 한다"며 "더 이상의 다카 협상은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종료 선언으로 '드리머'로 불리는 수백만 불법체류 청년들이 위기에 처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다카의 폐지 방침을 밝히면서 6개월의 유예 기간을 뒀다. 지난달 유예 기간이 끝났는데도 이민 정책과 관련한 공화-민주 양당의 팽팽한 기싸움으로 대체 입법을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협상 종료'를 선포함으로써 드리머들과 민주당을 더욱 압박한 셈이다.
이번 주말 플로리다 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에 머문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더 이상 다카 협상은 없다는 게 무슨 뜻이냐'는 질문에 "많은 사람이 다카를 이용하길 원하며 흘러들어오고 있다"며 "그들에게는 정말 좋은 기회가 있었지만, 민주당이 날려 보냈다. 멕시코는 자국에 흘러들어온 그들(불법 이민자들)을 미국으로 보낸다. 더는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할 순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멕시코는 국경문제에 있어 우리를 도와야 한다"며 "우리를 돕지 않으면 두 나라 사이에 매우 슬픈 일"이라고 거듭 멕시코를 압박했다.
이를 두고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가 국경을 지키는 일을 더 잘하지 않으면 나프타를 끝내겠다고 협박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와 불법체류자를 겨냥한 초강경 트윗을 잇따라 올린 것은 "해피 부활절!"이라는 축하 메시지를 띄운 지 불과 1시간 만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이민 문제와 관련해 분노에 가까운 공격적인 발언을 내놓은 것은 평소 즐겨보는 보수 성향 폭스뉴스의 보도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문제의 트윗이 올라오기 전 폭스뉴스의 '폭스 앤드 프렌즈' 프로그램은 '불법이민자들의 대상(隊商·caravan) 행렬이 미국을 향하고 있다'는 제목의 보도에서 온두라스 등 중미 출신 불법 이민자 1천200여 명이 미국으로 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민주당은 물론 집권여당인 공화당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차기 대선의 당내 라이벌로 꼽히는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는 트위터를 통해 "진정한 리더는 희망을 지켜주거나 제공하지, 미국을 고향으로 부르는 무고한 아이들로부터 희망을 앗아가지 않는다"며 "오늘이 부활절이라는 것을 기억해라"고 일침을 놨다.
공화당의 대표적인 반(反)트럼프 인사인 제프 플레이크(애리조나) 상원의원도 "미국을 고향이라고 부르는 다카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을 만들기 위해 행정부와 협력할 준비가 된 양당 의원들이 아주 많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의 돈 바이어(버지니아) 하원의원은 트위터에서 "트럼프의 진짜 입장은 항상 반(反) 이민적"이라고 했고, 루이스 구티에레즈(일리노이) 하원의원도 "트럼프가 이민정책에서 완벽한 무지를 보여줬다"며 "백악관은 매일 만우절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hankso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4/02 15:38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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