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를 읽는 5가지 흐름
[한겨레 2007-04-05 10:29:40]
[한겨레] 좌우를 넘나드는 다양한 이념, 역동적인 경제발전, 극심한 빈부격차, 미국과 숙명적 관계 등으로 특징지워지는 중남미의 현주소는 어디일까?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최신호에서 ‘우리는 중남미를 잃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현재 중남미를 관통하는 흐름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탈아메리카’ 바람=대륙의 경계를 뛰어넘으려는 흐름이 뚜렷하다. 미국 등 서방과의 교역에서 벗어나 중국과 같은 새로운 시장을 적극 찾아나서고 있다. 지난해 발효된 칠레와 중국간 자유무역협정이 대표적이다. 베네수엘라는 중국과 60억달러(약 5조6천억원) 규모의 에너지 펀드를 만들어 자원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베네수엘라는 러시아, 이란 등과도 우호를 다지고 있다. 이런 흐름은 서방 중심의 세력균형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슈피겔>은 보도했다.
‘성장기관차’ 가동=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 동안 중남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각각 5.9%, 4.5%, 5.3%를 기록했다. 올해 성장률도 4~4.5%를 기록할 것이라고 미주개발은행(IDB)은 예상했다. 2000년~2003년 경제성장률이 거의 ‘0’에 가까웠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이처럼 경제성장의 기관차가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문제점은 여전히 남는다. 주로 아시아 지역에서 원자재와 농산품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개발 없는 성장’이기 때문이다. 또 심각한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6% 이상의 성장에 못 미친다.
공정선거의 정착=부패와 부정선거로 악명높았던 이 지역에서 공정 선거가 정착되고 있다. 이런 배경으로 좌파가 중남미에서 집권할 수 있게 됐다고 <슈피겔>은 분석했다. 조지 부시 미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과 같은 좌파 정부를 공격하지만, 상당한 정치적 비용 없이는 자유로운 선거를 통해 구성된 정부를 쉽게 무너뜨리지 못할 것이라고 잡지는 전했다.
폭발하는 반미감정=지난달 반미성향이 약한 중남미 5개국을 방문한 조지 부시 대통령은 격렬한 반대 시위에 직면했다. 중남미의 반미감정은 역사상 최고조에 달해있다고 <슈피겔>은 지적했다.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할 당시 남미 34개국 중 오직 7개국만이 지지했다. 2004년 칠레 시민 중 미국에 우호적인 감정을 지닌 이들은 61%로 2000년 73%보다 떨어졌다. 멕시코 시민 중 41%, 브라질 시민 중 50%, 아르헨티나 시민 중 31%만이 미국에 우호적인 감정을 나타냈다.
이념의 전쟁터로 부상=중남미가 좌파 바람 속에서 이념적 전쟁터가 되고 있다고 <슈피겔>은 평가했다. 미국과 우방인 멕시코 등은 민주적 안정화를 주장하며 신자유주의를 옹호하고, 점진적 개혁을 중요시한다. 베네수엘라를 비롯해 쿠바·볼리비아 등 급진좌파 국가들은 사회정의를 강조하며 혁명적 사회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칠레와 브라질 등은 정치적 논쟁을 피해 중도를 표방한다. 부시 정부는 이런 점에 착안해 온건좌파 노선을 걷고 있는 브라질과 협력함으로써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