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 브라질 "에탄올 동맹" 세계 연료시장 대변화 예고
[중앙일보 유철종]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8~14일)으로 바이오 에탄올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8~9일 브라질 방문에서 바이오 에탄올 생산 확대와 세계 자원화를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세계 바이오 에탄올 생산의 70%를 담당하는 두 나라가 "에탄올 동맹" 결성에 합의한 것이다. 이에 따라 바이오 에탄올이 국제 에너지 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옥수수나 사탕수수 등의 식물성 원료에서 추출하는 바이오 에탄올은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는 화석연료(특히 석유)의 대체 에너지로 주목받아 왔다. 그러나 아직 에탄올은 석유처럼 널리 사용되는 단계에까진 이르지 못하고 있다.
◆ 에탄올 동맹=바이오 에탄올은 부시의 중남미 순방에서 최대 화두였다. 특히 브라질과의 에탄올 협력 강화가 관건이었다. 부시는 에탄올 수출 세계 1위 국인 브라질과의 협력을 통해 석유에 대한 미국의 대외 의존도를 줄이는 데 큰 관심을 보였다. 동시에 풍부한 석유자원을 무기로 중남미에서 "반미 좌파 동맹"을 확산시켜 나가고 있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견제하려는 계산도 하고 있었다.
부시 대통령은 9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에탄올 생산을 대폭 늘리고 에탄올의 전 세계적 수요를 확대하기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미국이 에탄올 등 바이오 에너지 개발을 위해 16억 달러(약 1조5000억원)를 투자할 것이란 계획도 밝혔다. 룰라 대통령은 "이번 합의가 자동차 산업과 세계 연료 시장에 거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에탄올의 대량 생산을 앞당기기 위해 다른 중남미 국가들의 참여를 적극 유도키로 했다. 최근 창설된 "국제 바이오 에너지 포럼"을 통해 에탄올 제품의 표준화 작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부시는 31일 미국을 방문하는 룰라 대통령과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브라질은 현재 미국과 함께 세계 에탄올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미국은 연간 185억ℓ, 브라질은 178억ℓ의 바이오 에탄올을 제조했다. 이는 전 세계 생산량의 70%에 해당된다. 수출량에서는 브라질이 세계 1위다. 브라질은 미국에만 연간 35억ℓ를 공급하고 있다.
◆ 부상하는 브라질=부시 대통령은 1월 국정연설에서 앞으로 10년 동안 미국의 석유 소비를 20% 줄이고 에탄올 공급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브라질 방문에서도 "미국의 연간 에탄올 소비량을 현재의 200억ℓ에서 2017년까지 1320억ℓ로 6배 이상 늘리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 계획은 미국 내의 에탄올 생산 증대만으론 실현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브라질 등으로부터의 수입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사탕수수를 원료로 하는 브라질산 에탄올은 옥수수에서 추출하는 미국산에 비해 생산 단가가 훨씬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브라질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에탄올의 국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에 대비, 2012년까지 매달 1개 이상의 에탄올 생산 공장을 건설할 방침이다.
문제는 미국의 수입관세다. 미국은 현재 브라질산 에탄올에 대해 갤런(약 3.8ℓ)당 54센트(약 500원)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관세장벽이 브라질산 에탄올의 미국 진출 확대를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부시는 룰라와의 회담에서 수입관세 인하 요청을 거부했다. 관세 인하로 피해를 보게 될 자국 농민들의 반발을 고려해서다.
유철종 기자 cjyou@joongang.co.kr